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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8.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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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의 노래


8월 9일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떨어진 날이다. 이날 나가사키 거주 시민 74,000명이 단 몇 시간 사이에 목숨을 잃었고 77,000명이 심각한 부상을 겪었다. 이 비극의 와중에서 나가사키 원자벌판에서 하느님을 향한 묵상과 평화를 위한 염원으로 위대한 결실을 거둔 그리스도인이며 의사가 있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였다. 

일본에서 25년간 거주한 호주 출신의 신부 폴 글린(Paul Gleen)은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일대기를 그린 ‘나가사키의 노래’라는 책을 썼다. 원폭이 떨어진 날, 아비규환의 현장을 이 책은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김숭희 교수는 번역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나가이 다카시는 원래 과학의 힘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 무신론자였으나 파스칼의 저서 ‘팡세’를 읽고 신의 존재와 인간의 영적 세계에 대해 깊이 묵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은 나가이로 하여금 인간의 영혼에 대해 한충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가이 다카시는 나가사키 의대에 재학할 즈음 하숙집 주인의 딸 미도리와 결혼하게 된다. 미도리 나가이 여사의 집안은 ‘가꾸레 기리시단’의 후예로써 무려 250년간이나 숨어서 신앙을 지켜온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었다. 나가이 박사는 나가사키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부인 미도리, 아들 마코토, 딸 가야노와 함께 행복한 성가정을 이루었다. 

그가 가진 집, 아내와 그동안 의과대학 방사선학과에서 재직하면서 이룩한 연구실적 등이 모두 재로 화한 것은 1945년 8월 9일 11시 경 우라카미 성당 위로 투하된 한발의 원자탄 때문이었다. 그날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 8월 15일을 준비하면서 판공성사를 보고 있던 신자들과 인근에 거주하던 약 7,000명의 신자들이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미도리 여사는 우라카미의 집에서 요추와 골반 뼈만 남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당시 현장에는 녹아버린 묵주알이 함께 발견되었다. 자녀들은 마침 외할머니댁에 있었으므로 원자탄의 무서운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가이 박사는 원폭 투하 지점에서 떨어진 나가사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이 와중에서 크게 다쳤다. 그는 방사선에 노출되어 골수성 백혈병을 앓았으며 6년 후 1951년 44세를 일기로 사랑하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묵주알’, ‘나가사키의 종’, ‘영원한 것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등 위대한 수상집을 자신이 거주하는 다다미 두장, 한평 짜리의 오두막집에서 남겼다. 이 거처는 ‘여기애인(如己愛人)’ 즉 ‘사람을 사랑하기를 자신처럼 하라’는 뜻으로 ‘여기당(如己堂)’이라고 이름 지었다. 필자는 2010년 5월 나가사키 성지순례 시에 여기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여기당 전시실에는 마지막까지 미도리여사가 묵주기도를 한 것으로 짐작되는 녹아버린 묵주알이 전시되어있었다. 당시 나가이 다카시의 아들 마코토도 세상을 떠나고 그의 손자가 여기당에서 찾아오는 순례객을 맞고 있었다. 

필자는 최근 그의 아들 나가이 마코토가 쓴 ‘나가사키의 종은 미소짓는다’를 읽었다. 이 책에는 마코토의 어머니 미도리와 아버지 다카시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담겨있었으며 어린 마코토가 아버지의 병을 간호하던 시절의 추억이 눈물겹게 기록되어 있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탄으로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질곡으로 몰아넣었던 전쟁은 끝났다. 그런데 왜 하필 우라카미 성당위에서 원자탄이 폭발하였을까? 250년간 그 숱한 박해를 살아 넘기고 이제 다시 신앙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에게 하느님은 어찌 이리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셨을까? 나가이 박사는 이들을 하느님의 평화를 위한 여정에 번제물로 바쳐진 희생으로 묘사하였다.

나가이 박사는 정치가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평화를 떠드는 것을 경멸하고 증오하였다. 그는 말한다. 
“몸소 고통을 겪고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연민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며, 고통받는 사람을 위로할 수 없다. 울어보지 않고는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 어둠속을 헤매지 않고는 방황하는 사람이 길을 찾는데 도와줄 수 없다. 시시각각 엄습해오는 죽음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그 뜨거운 입김을 느껴보지 않고는 다른 사람이 죽음을 극복하고 살아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도록 도와줄 수 없다.”

2022. 8. 9. 김원율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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